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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을 억지로 움직여 주사줄을 잡고 손가락 주위로 칭칭 감아간 덧글 0 | 조회 35 | 2019-10-15 10:27:12
서동연  
오른손을 억지로 움직여 주사줄을 잡고 손가락 주위로 칭칭 감아간다. 그래. 나는 손재주가 좋아. 독수리. 독수리다. 응? 독수리가 되어 날아 올라라. 날아 올라.안 돼! 그럴 수는 없어. 이렇게 끝나버릴 수는 없어!당신. 왜 그랬어. 왜? 왜 나를?내 목소리가 내가 듣기에도 좀 차가웠나보다. 남편은 움찔한다.그리고. 그렇다면. 내가 미친 년이겠지. 그렇지만 난. 난. 미친 년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렇지만.아니야! 너는 죽지 않았어! 너는 정신을 잃었었고, 남편이 너를 정말 죽이려고 했다면 죽이는 것은 쉬웠을 거야!그것은 바로 나를 미워하고 그이와의 결합을 그 누구보다도 반대해 왔다고 하던 바로 그 시어머니의 얼굴. 내 남편은 나의 남편이기 전에 그 여자의 아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러나. 그렇지만.내가 병원으로 실려 온 것은 이미 4일 전이었다. 그 4일 전, 남편의 직장에서부터 실종신고가 들어왔으며 그 2일 전에 남편의 썩어버린 시체가 난지도의 쓰레기 매립지에 반쯤 파묻힌 채 발견 되었다. 그에 따라 경찰이 먼저 아무리 벨을 울려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내 집의 문을 따고 들어왔다.휘청거리는 몸을 바로 잡으면서 일어난다. 그래. 힘들고. 사실 온 몸에 아픔이 온다. 자유의 대가 독수리의 부리는 사슬을 끊어주면서 무수히 내 피를 빨아 마셨다. 그러나 어떠랴.분명히. 그리고 나는 내 사랑하는 남편과 그리고 나를 죽이려고 했던 그 남편, 아니 시어머니의 그림자와 하이드라와 그리고 또.아아. 그러나 거기에는 남편의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팔목이 있다. 내가 아까 보았듯이, 아니 보았다고 믿었듯이 흔들리고 있다. 그리로 가야 한다. 가야 한다.마음이 급해서 뒤를 돌아보니 벌써 남자의 체격을 가진 노파는 손에 닿을 듯 다가와서 다시 한 번 길게 소리를 친다.그때 막연한 두려움으로 감추어두었던 그 희열을 꺼내어 간직하고.반 안에서의 소동은 문제성이 있다. 누군가를 벌주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스스로 울음으로써 모든 것을 떠맡고 나선 것이라고 선생님은
방 안에는 다시 아무도 없다. 그리고 육중한 쇠문은 닫혀져 있고. 나는 구속복에 꽁꽁 묶여져 있다. 주사바늘이 찔려 있는 오른쪽 팔만을 조금 움직일 수 있을 뿐. 아니, 아니다. 몸도 조금씩은 움직일 수 있다. 비록 발 한 쪽은 잘려져서 없어졌지만 꽁꽁 묶인 구속복 사이로 몸은 조금씩 움직여진다.울음이 나올 것 같다! 이런! 잘되는 줄 알았는데 또 왜?갑자기 시큰한 통증이 온다. 앗! 손가락을 베었다! 막연한 옛날 생각을 하면서 익숙하지도 않은 기계를 만지니 그렇지. 면도날은 역시 너무나도 에리했다. 피가 방울방울 떨어져서 죽은 카나리아의 얼굴을 범벅으로 만든다. 끔찍하다. 머리가 어지럽다. 반창고, 반창고가 있을텐데?나는 조금씩 남아 있는 그림의 작은 부분들, 그 감춰진 선의 토막토막을 주의깊게 이어갔다.바로 그러한 나약성과 단순함, 힘든 고개 중턱에서 의례 주저 앉으며 이 길은 아무도 가지 못했으니 나도 갈 수 없다. 내가 못 갔으니 아무도 갈 수 없을 것이다 라고 중얼거리는 그 왜소함이. 내가 분명 저리도 나약하고 믿음과 신뢰와 자신이 없는 종족이었단 말인가남편의 눈물. 아니, 그것만으로는 믿을 수 없다. 거짓으로 우는 것일 수도 있다. 남편의 발 밑에 떨어져 있는 가위의 날이 다시 번쩍인다. 저 가위의 날이 내 몸 속으로 부드럽게 쑤욱 파고드는 상상이 된다.죽은 새의 차가워진 몸. 그건 깃털 속으로 비참하리만치 앙상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대롱거리던 목. 그때의 남편의 그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는다.안 돼!면도날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침실로 갔다.아. 아. 이. 이건.남편의 목소리가 귓전에 울려왔으나 그쪽은 쳐다보고 싶지도 않다. 나는 그냥 흐느끼고 싶은 기분으로 다만 창밖을 쳐다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마악 해가 넘어간다. 오늘따라 석양빛이 유난히 붉어 보인다.나는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연기라는 것을 해 본적은 없지만, 여자는 모두가 배우가 될 수 있다. 아마 나의 일생일대의 연기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는 떳떳하게, 모